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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개발자와 SI회사

니용 2020. 7. 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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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니용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서비스를 구현하고 저는 그 서비스를 운용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약 2년전에 제가 다녔던 회사는 SI(System Integration)입니다. 시스템 통합이라고 하는데 간단히 말해 대기업에서 SI업체에 일정의 금액을 지불하여 시스템 개발을 의뢰를 맡기어 개발을 담당하는 회사입니다. 물론 개발을 하는 프로젝트 단위로 일정의 금액을 받기 때문에 예산을 짜는 방안의 틀이 잡힙니다. 마치 개인으로 치면 가계부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맞게 돈을 쓰는거겠죠.

 

그리고 SI회사는 그 회사에 소속된 개발자들을 소위 파견을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일할 것인지, 아니면 계약직으로 일할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SI업체에 상황과 규모에 따라 제각각이겠지만 이러한 회사는 정말 많습니다. 심지어 저같은 경우 SI업체에서 일하며 프로젝트에 투입되었었는데, 1인 업체(프리랜서)의 형태로 프로젝트 개발에 투입된 분도 봤습니다. 

 

아무래도 큰 기업의 발주에 따라 회사의 경영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안정적인 기업이라고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SI업체에 가지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흥행하는 회사의 경우 정말 내가 가진 이력과 경험보다 보상을 훨씬 후하게 쳐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마무리되면 그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던 개발자들은 각자 제 갈길을 가거나 자기 소속인 SI업체에 복귀하게 되죠. 그러다가 대기중에 다른 프로젝트가 접수가 되면 업무와 프로그래밍 언어등을 고려하여 회사 구성원들 혹은 개인이 투입되게 됩니다. 

 

투입하기 전 대개의 회사에 경우 개발자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그에 맞는 처우를 고려하여 개발자를 파견보냅니다. (소위 이런 행위를 간단히 말해 꽂아준다고 합니다.) 파견된 회사에서 이제 주어진 업무에 따라 일을 진행하는데, SI업체에서의 경험이 많으셨던 분들은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 다시 재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왜냐면 이 SI시장이 넓지 않기 때문이죠. 저의 경우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서 일하였기 때문에 한 장소에만 계속 머물러있다가 퇴사를 하게 되었지만,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는 단발성으로 금방 끝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큰 규모의 프로젝트는 그만큼 투입 인력수도 많고, 기간이 길어지게됨에 따라 프로젝트의 일정을 산출하는 것이 매번 바뀌게 됩니다. 그런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도입된 개념 중 하나는 큰 규모의 기능을 점점 쪼개고 쪼개어 하나의 작은 서비스를 분배해주는 것입니다. 개발자는 개발을 담당하는 서비스가 하루에 열 개가 될 수도 있고, 며칠에 걸려 하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던 서비스의 축이 아무래도 회사에서 기획한 프로젝트의 뼈대가 되는 부분이다보니 실수가 하나 이루어지면 문제가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닌 다른 부서에까지 여파가 되는 것이 밥먹듯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부서에서 테스트를 진행할 때 뜻하지 않게 업무량이 많아지기도 하여 야근을 밥먹듯이 한 적도 많았고, 그렇게 도와주면서 제가 원래 작업해야하는 서비스에 개발이 지연되는 적도 많아 따로 시간을 할애해서 개발을 진행하는 것도 많았죠.

 

다른 문제는 SI업체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이긴 하지만 인력의 변동이 너무 잦았습니다. 임의로 같은 프로젝트 내 다른 SI업체가 계약을 해지한다던가해서 인력이 탈주하는 것도 잦았고, 프로젝트 매니저(PM)은 나간 인원들의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타 부서에서 인원을 끌어와 개발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실제로 저와 입사한 동기들은 그 프로젝트 내에서 부서 이동만 4번한 친구도 있습니다. (친구야 지못미)

 

마지막으론 철저한 상하복종관계라는 것입니다. 계약의 단위로 진행하고 통제할 인원이 많아지게 되면 자연스레 그 팀을 이끌고 주력이 되어야 하는 인원들이 생깁니다. 그게 후배가 되었건 동료가 되었건 말입니다. 그리고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하는 것이 모르기 때문에 그런 팀원이 자주 바뀝니다. 아무래도 그렇다보니 통제가 되어야하고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자연스럽게 군대 문화가 생깁니다. (이런 문화를 싫어하시면 SI업체는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리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았고 일하는 것이 좋던 저였지만, 일하는 동안 건강이 너무 안좋아지게 되어 이렇게 일을 하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근무하는 와중 뒤늦게 검색해보니 SI업체가 개발자의 무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런 회사가 정말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서울의 야경을 책임지는 SI업체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지만 이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또 한국 사회에서 개발자로 살아남는 것이 안좋다는 평이 이렇게 와전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모든 개발자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또 SI업체에서 일하는 개발자가 모두 이런 환경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투입된 곳의 환경이 생각보다 열악하였고, 근무 시간이 너무 많지만 그만큼 개발자들을 챙겨줄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인 것이죠. 제가 얘기한 것보다  나무위키에 더욱이 자세히 나와 있지만서도 우리 나라 안에서는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개발자를 대우해주는 기업도 많지 않고, 그만큼 개발자들을 보기에 안쓰러워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으신거 같아 모두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내가 언제 또 이런 일을 해보겠어"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면서 귀천인 직업은 사실 없을 것입니다. 각자 나름의 고충이 다 있고 환경에 따라 같이 일하는 사람에 따라 개개인에 차이가 있겠지만 제가 개발자로 일해오면서 느낀 점은 나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SI업체에서 근무하며 개발자에 대해 안좋은 시선을 갖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되려 생각이 든 것이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그렇게 열심히 일한 적도 없고 또 그런 일이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보장을 할 수 없기에 먼저 배웠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 나름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자를 직업으로 생각하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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